실질적 수익구조의 예술_첫번째이야기_단채널영상_00:01:30
광장시장 영락상회
진주의 방직공장에서 비단을 직조한다. 40년전의 이야기이다. 비단의 소비가 현격히 줄어들자 공장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았다. 현재 유통되는 비단의 대부분은 4-50년전에 직조된 한정판 비단이다. 이제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선염한 두가지의 색실로 직조한 반짝이는 비단은, 안타깝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외면당해 창고에 쌓여있다. 먼지 쌓인 보물들을 찾아 작게나마 비단의 소비를 늘리고자 한다. [색_칠]에서 사용한 원단은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어 직조한 '비단노방' 그리고 '본견'이다. 한복의 안감에 사용하는 얇은 비단노방은 여리여리한 잠자리 날개처럼 우리전통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낸다. 본견으로 지은 다홍색 저고리, 그리고 맞춰 입은 샛노란 치마처럼.
실질적 수익구조의 예술_두번째 이야기_단채널영상_00:05:29
외래어인 ‘가다’는 자수 패턴(틀)을 의미한다. 틀을 만들고 나염으로 찍어내는 과정으로, 자수작업 전에 필히 들어가는 공정이다. 아저씨는 광장시장에 마지막 남은 ‘가다꾼’이다. 세 분이 더 계셨는데, 연로 하셔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양화되어가는 이 직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나염을 찍어야 수를 놓을 수 있으니, 시장의 자수 이모들은 매일 오전 11시 '삼촌'이 출근하기를 기다린다. 한복시장의 자수기술자 모두 다같이 일을 그만둬야한다고 이야기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따듯한 유머가 녹아있다. 아저씨가 평생 떠온 자수패턴 종이는 1970년대 부터의 한복시장, 아카이브 그 자체이다.
실질적 수익구조의 예술_세번째 이야기_단채널영상_00:04:25
광장시장 자수기술자
김경옥 님
자수는 원단 위에 물감대신 색실로 재봉틀을 밟아가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꽤나 고급기술이다. 패션 브랜드 샤넬의 칼 라거펠트 아저씨가 르사주 공방을 괜히 지원하고 장려하는게 아니겠지. 노련한 기술자가 빠른 손놀림으로 색실을 바꾸어 다시 바늘에 꿰어내고, 모양과 표정을 잡아내는 것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나온다. 재봉틀을 밟고, 손을 움직이는 기술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형形과 색色에 대한 미적인 감각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통회화를 전공한 작가에게는 비단 위에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자수로 치환하는 일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갤러리에 걸려있는 회화작품을 일상에서 들고 다닐 수 있으니까. 회화의 확장성, 순수예술의 대중성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실질적 수익구조의 예술_네번째 이야기_단채널영상_00:03:30
광장시장 바느질기술자
추경여 님
깨끼바느질은 얇은 옷감의 안과 밖에 표시가 나지않도록 솔기를 여러번 박아 시접을 모두 잘라내는 방식이다. 한복을 짓는 정교한 바느질 법이다. 그러나 옷감과 실 색을 같게해 바느질 자국을 보이지 않게 감춰버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 오랜 세월, 여성의 노동이라고 여겨져왔던 바느질. 여성이 가족을 위해서 감수하는 희생과 인내의 상징으로 당연시 되어온 바느질, 그 가부장의 서사. 밥하고 바느질하고 빨래해 온 여성의 역사를 또 그렇게 감출수는 없었다. 바느질을 드러내었다. 옷감 안쪽에 위치해야할 시접부분을 오히려 밖으로 뒤집어 꺼냈다. 보아라, 여성의 노동. 여성의 기술이 이곳에 있다.
실질적 수익구조의 예술_다섯번째 이야기_단채널영상_00:04:35
광장시장 돌금박기술자
박순섭 님
주로 한복제작의 마지막 공정에서 장식적으로 사용된다. 금박 위에 창호지를 대고 돌판 위에다 나무망치로 두들 겨서 쓴다고 해서 ‘돌금박’ 이라 한다. 옛날에는 실제 금을 썼다고 하는데, 현재는 개량화하여 간단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그래도 스티커처럼 다리미로 부착하는 금박의 형태가 아니고, 망치로 두들기는 돌금박의 형태를 유지하고 계신다. 급격한 산업화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편리한 교통, 쾌적한 환경, 먹고 살만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 열차에 탑승하지 않은 노동자(수공업자)들은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뒤로 많이 물러선듯한 느낌마저 드는 우리 수공업자들은 오늘도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일 하고 있다.